플랜트 전기설계 현실 (EPC 업계 10년차)

오늘은 플랜트 전기설계 현실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입사한 후배들에게 들어보니 플랜트 전기설계 업무에 대한 내용이나 자료가 없어서 취직 준비가 어려웠다는 얘기를 듣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플랜트 전기설계란?

플랜트 전기설계 현실
출처 : Yermolov

전기설계는 다양한 분야로 나뉩니다. 크게 EPC 엔지니어링 회사의 플랜트 전기설계, 건축물을 짓는 회사의 건축전기설계, 전기기기(전기 기자재)를 설계하는 전기기기설계가 있습니다.

저는 EPC 회사에서 10년간 일을 해 왔기 때문에, 플랜트 전기설계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 해 드리겠습니다.

플랜트 전기설계는 공장을 지을 때 전기가 필요한 부분 모두를 설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기가 필요한 부분이 어디일까요? 당연히 공장은 생산품을 만들어 내는 곳이니 생산 설비에 들어가는 전기, 그리고 공장을 돌리는 사람들이 쓰는 건축물에 들어가는 전기, 이 전기를 어딘가로부터 공급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공급처에서부터 공장까지 어떻게 전기를 끌어올지에 대해서도 설계를 하게 됩니다.

시스템으로 정리 해 보자면 전기 공급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Power System, 안전과 직결된 Earthing System (Grounding & Lightning System)과 Fire Alarm System,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윤택하게 업무 할 수 있게 하는 Lighting & Receptacle System, 작은 System이지만 전기를 이용해서 돌아가는 CCTV System, Public Address System, Electric Heat Tracing System 등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플랜트 전기설계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일이 많은 System은 당연히 Power System입니다.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처음에는 교육 목적으로 선배님과 함께 Power System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고, 보통은 Power System을 제외한 다른 System을 주도적으로 맡게 됩니다.

클라이언트에게 업무를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EPC라면 설계한 내용을 토대로 기자재도 구매하고 물량도 뽑아주는 업무까지 하게 됩니다. 그래야 공사까지 할 수 있으니까요. EPC 중 E(엔지니어링, 설계)만 수주한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기자재 구매나 물량 산출 과업이 제외 될 수도 있습니다.


화공 플랜트 VS 산업 플랜트

건설사 중에서도 화공 플랜트를 메인으로 하는 경우가 있고, 산업 플랜트를 메인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처럼 프로젝트 종류에 따라서도 해야 할 업무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Oil & Gas (화공 플랜트) 플랜트의 전기설계 업무는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읽어야 할 Specification도 많고, 챙길 International Code도 많습니다. 그만큼 업무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아서 재밌기도 합니다. 챙길 게 많으니 당연히 야근도 많은 편입니다. 다른 설계 직군와 비교 해 봐도 전기설계는 독보적인 것 같습니다. 또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운 나쁘면 과장 연차가 될 때까지도 여러 시스템을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한 시스템의 전문가로 성장하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산업 플랜트는 화공 플랜트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연차가 낮아도 여러 시스템을 두루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규모가 작다보니 한 프로젝트에 인원도 적게 배치됩니다. 산업 프로젝트의 특성상 클라이언트의 니즈가 상상 이상으로 빨리 바뀝니다. 설계 변경사항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산업 플랜트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은 부서간 R&R보다는 어떻게든 뭉쳐서 빨리 해결 하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니꺼 내꺼 가릴 시간이 없거든요. 이 말은 좋게 말하면 합심력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체계가 없다는 말입니다. 체계가 없는 게 반드시 나쁜 건 아닙니다. 불필요한 중간 과정이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거든요.

내가 기술력으로 무장한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화공 플랜트, 나무보다는 숲을 보고 프로젝트 흐름을 파악하는 게 좋다면 산업 플랜트가 좋습니다. 대기업 건설 회사의 경우, 관계사 프로젝트를 하냐 안 하냐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있는데 이 글에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플랜트 전기설계 현실

이 업계, 종사해도 될까요? 이 고민을 가지고 제 글을 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건설업, 엔지니어링업이 좋다 나쁘다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후배들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입사했고, 이 업이 본인들에게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판단에 영향을 주는 말, 후배들의 노력을 절하하는 말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저는 주로 조용히 있는 편입니다.

팩트만 말하자면 플랜트 건설업은 사양 산업이 맞습니다. 굳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 산업에 입문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예상보다 연봉이 낮을 수도 있고, 특히 전기설계의 경우 워라밸이 파괴 될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노가다성 업무도 많고, 대학 나와서 이런 업무 하려고 여기 있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의지가 강한 분, 그게 전기 분야라면 저는 이 업계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전기를 아는 사람 자체도 적은데, 전기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전기를 어려워합니다. 어렵다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것이 결국은 신규로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되고, 본인에게는 경쟁력이 됩니다.

그리고 전기는 모든 곳에 다 사용되지만 생각보다 위험한 에너지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인 에너지인데 인명과 직결됩니다.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기준을 배우고, 그 기준을 가지고 설계하는 곳입니다. 매력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면 도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에서 더 배울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어디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분야기도 합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건설사에서 이직율이 가장 높은 부서가 전기설계입니다.


결론

이 업계에서 10년 이상 경험이 쌓이면 갈랫길을 만나게 됩니다. 디테일을 챙길것인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것인가.

50프로에서 80프로 되긴 쉽지만, 90프로에서 95프로 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디테일을 챙긴다는 말은 그런 의미입니다. 이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많은 노력,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는 새로운 분야는, ‘전기’라는 큰 맥락은 그대로 살리고 다른 분야에 도전 해 보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설계를 했다면 유지보수, 클라이언트로 이동 해 보는 것도 있습니다. 에너지 회사에 도전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전기는 없는 곳이 없거든요.

어쩌다 보니 전기 예찬으로 글을 마무리 짓는 느낌이네요. 전기에 종사하고 계신 모든 분들 파이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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