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설비 구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

전기설계는 전기설비를 기획합니다. 원하는 위치까지 전기를 안정적으로, 안전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전기설비를 적합한 위치에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전기설계가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오늘은 전기설계를 하면서 전기설비를 구축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에 대해 알아봅니다.


안전한 전력 설비

전기설계를 하면서 전력 계통을 설계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인명과 재산의 보호, 안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 기자재, 전기 기기를 고를 때 전기 규정, 전력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양을 정확히 파악하고 맞춰 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전력 계통의 고장전류 계산을 수행하여 단락, 지락과 같은 사고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제품을 골라야 합니다.

전력 계통을 설계할 때, 인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요?

① 최악의 상황 고려하기 : 고장전류 (단락 / 지락)

먼저, 차단기와 같이 고장전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기 기기는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에도 안전하게, 적절하게 동작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스위치는 고장전류를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반드시 스위치 전단에 차단기와 같이 고장전류를 차단할 수 있는 기기를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압이 걸리는 모든 전기 기기의 절연 레벨은 규정된 충격 전압과, 기기에 걸릴 수 있는 최고 전압(전기적 용어로는 상용주파전압이라고 합니다.)도 견딜 수 있는 적합한 절연강도를 가진 전기설비를 골라야 합니다.

계통과 기기의 보호를 위해서는 접지가 중요합니다. 전력 계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계통 접지, 기기의 보호를 위해서는 피뢰 시설과 기기 접지가 적절히 되어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전기기기의 설치 위치 고려하기

실외에 전기기기가 배치되는 경우, 사람이나 운반 기기가 이동하면서 물리적 손상을 가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 해 주어야 합니다.

③ 전기기기에 사람이 접근하게 되는 상황 고려하기

전기가 흐르는 도체 부위는 사람이 접촉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전기 기기나 회로를 보수할 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전원을 모두 내리고 작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작업자가 작업 중일 때 전원을 투입하는 일이 없도록 Lock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전기기기를 보수하는 인원이나 전기 운영을 담당하는 인원은 회로의 결선도, 기기의 정격, 보호계전기 정정치와 같이 중요한 내용들은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전기설비에는 전기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접근하는 일이 없도록 경고판을 설치해야 합니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검토

① 전원의 신뢰성

전원을 받는 측에서 전원 공급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당연히 정전이 없어야 할 것이고, 국가적으로 규정된 전압, 주파수, 파형의 전력을 공급한다면 전력의 공급을 신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력의 신뢰성을 평가할 때 정전 빈도, 정전의 크기, 정전의 지속 시간을 가지고 평가한다고 합니다.

전기설비 구축 한전 기본공급약관
출처 : 한국전력공사 (전기공급약관 – 기본공급약관)

일반적으로 수전 전압이 높을수록 전력의 신뢰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기가 필요한 곳의 부하 용량에 의해 수전 전압이 정해져 있습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시설을 갖다 넣는다고 해도, 한전 전기공급약관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22.9kV, 154kV 정도로만 수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삼성전자 평택 공장도 한전의 고덕변전소로부터 154kV로 수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고객이 희망할 경우에는 위 기준보다 상위 전압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만간 공장의 345kV 수전 소식도 들을 수 있겠군요.

정전으로 인해 제조 공장의 생산설비가 멈추게 되는 경우,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에는 전기설비에 돈을 좀 더 투자합니다. 수전 설비를 이중화 하거나, 비상 발전기, UPS와 같이 주 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Back-up을 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설비를 구축하게 되는 것입니다. 요즘은 ESS(Energy Storage System), CTTS(Closed Transition Transfer Switch)와 같이 안정적인 Back-up 전력 공급을 위한 설비도 고려하는 추세입니다.

② 배전 시스템의 신뢰성

배전 시스템에 따라 구축 가격, 전력의 신뢰성이 아주 크게 차이가 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배전 시스템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수지형 배전(T-Branch Type), Loop형 배선, 스폿 네트워크 시스템(Spot-Network System)입니다. 구축 비용이 저렴하고,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배전 시스템은 수지형 배전입니다. Loop와 Spot은 발주처의 요청에 의해 검토 해 본 적은 있지만, 아직 저도 경험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구축할 때 돈이 많이 드는 배전 시스템입니다. 당연히 전력 공급의 안정성은 Loop, Spot이 수지형 배전보다 높습니다.

③ 전기 품질 (고조파, 전압 변동률)

컴퓨터와 같은 전자 기기, 정밀하게 동작하는 제조 설비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공급된 전압이 미세하게 달라져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즉, 전기의 품질을 신경 쓸 때가 된 것입니다.

전기 품질이 좋은지 나쁜지는 어떻게 평가할까요? IEC 61000-4-30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용 주파수, 전원 전압의 크기, 전압의 순시 강하, 순시 상승, 전압의 불평형률, 전압 변동의 과도 상태, 고조파와 같이 다양한 항목들을 가지고 전기의 품질을 평가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기 품질을 논할 때 고조파와 전압 변동률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전 전기공급약관(기본공급약관시행세칙 제 5장, 전기사용에 따른 협력)에서는, 플리커 허용 기준과 공급전압이 66kV 이상인 경우와 22.9kV 이하인 경우 고조파 허용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어떤 공장의 전압 변동에 의해 플리커 현상이 심하거나 고조파 발생이 심하여 전기 품질이 떨어지면, 같은 전력 계통에 연결된 다른 공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공장 자체적으로 전기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장치를 구비하라는 의미가 됩니다.

전압 변동이 심한 경우에는 공장 내 기기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기는 허용된 변동폭 내의 전압을 공급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기의 손상을 초래할 수도 있고, 기기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압 강하의 영향에 대해 설명한 글을 참고 해 주세요.

그래서 전기설계를 할 때 부하의 전력 조류 계산, Large motor starting calculation을 해 보면서 계통의 전압 변동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④ 운영 및 유지보수

전기설비는 운영과 유지보수가 쉬워야 합니다. 그러므로 계통을 만드는 초기 단계부터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기설계를 할 때, 처음 계통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운영을 담당하는 발주처 담당자와 논의를 굉장히 많이 하게 됩니다. 충분한 논의는 막상 의사 결정을 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나쁜 게 아닙니다. 운영이 어렵거나 유지 보수가 힘들다는 이유로 전기설비를 포함한 계통을 나중에 다 뜯어 고치려면 그게 더 일이 크고, 돈도 더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결론

전기설계를 하면서 전기설비를 구축할 때 고려해야 하는 다양한 것들에 대해서 소개 해 드렸습니다. 전기설계를 할 때 부하 리스트를 만들고 고장 계산을 하고 조류 분석을 그냥 하는 게 아닙니다.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바로 적절한 전기설비를 고르기 위해서입니다.

엔지니어라면 내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연습을 항상 하시는 게 좋습니다. 목적 없는 항해는 길을 잃기 마련이니까요.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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